[Y터뷰] 한승윤 "인생 첫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떨림과 설렘 강렬히 남아"
2022-12-14가수 겸 배우 한승윤 씨의 2022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밴드 D82의 기타리스트인 그는 Mnet 밴드 서바이벌 '그레이트 서바이벌 인베이전'에 도전하는 동시에 올해 초연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으로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특급 러브스토리를 그린 동명의 tvN 드라마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남북의 '사람'과 '생활'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레트로 감성을 녹여내 호평 받았다.
한승윤 씨는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에서 구승준 역을 소화했다. 원작에서는 배우 김정현 씨가 연기한 인물로, 극중 윤세리와 결혼까지 할 뻔한 영국 국적의 사업가다.
한승윤 씨는 막공 이후 약 한 달 여만에 YTN Star와 만나 "'사랑의 불시착'은 인생 첫 뮤지컬이었고, 아직도 무대에 처음 올라갔을 때의 떨림과 설렘이 기억에 강렬하게 박혀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작사가 배우들을 너무 잘 챙겨줬다. 이렇게까지 잘 챙겨주는 컴퍼니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막공 때 얘기하고 싶었는데, 정말 컴퍼니 덕분에 잘 끝낼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제작사의 제안으로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하게 됐다. 항상 꿈 꿔왔던 뮤지컬의 세계에 러브콜로 입문하게 된 것. 한승윤 씨는 "외모로나 성격으로나 구승준 캐릭터가 잘 맞을 것 같다며 감사하게 제안을 주셨다. 당시 밴드 서바이벌 촬영중이었고 굉장히 힘든 스케줄이 될 것 같긴 했지만, 피곤하면 어떤가 싶어 별로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인공 리정혁 못지 않게 원작에서 큰 사랑을 받은 구승준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앞서 전략이 필요했을 터. 한승윤 씨는 "사기꾼 같기도 하고, 능글맞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귀여워지기도 하는 인물이다. 공존하는 여러 매력들을 잘 살려보려고 노력했고, 저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또 다른 남자 주인공 리정혁과 얼마나 상반되게 보이느냐였다. 한승윤 씨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에서의 리정혁은 감정의 높낮이가 크지 않고 묵직한 스타일이라, 이에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액션도 크게 하고, 엄살도 많이 부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20회에 달하는 드라마를 공연 한 회 분량으로 압축시키느라 극중 여성 캐릭터 서단을 상대로 거의 '금사빠' 수준으로 변모한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감정 이입하기 힘들었다. 그건 다른 배우들도 다 똑같았을 거다. 연출님을 굉장히 많이 괴롭혔다. 이해 안되는 부분들을 계속 물어봤다. 연출님도 이게 한계가 있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잘 설명해주셨다. 최대한 잘 편집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 한승윤 씨는 "앙상블"을 꼽았다. 그는 "혼자 무대 오를 때도 많았고 다른 사람을 신경써야 되는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팀 단위로 준비하는 게 처음이라, 그 분들하고 최대한 잘 섞일 수 있도록 굉장히 노력했다"고 답했다.
가수가 뮤지컬에 첫 도전할 때 으레 받는 편견 어린 시선을 의식하기도 했다. 성격이 무던한 편이라 걱정이 크게 되지는 않았지만 출연진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 다행이었다. 한승윤 씨는 "뮤지컬 계속 하시던 형님, 누님들도 이런 분위기는 아마 다시는 없을 거라고 하실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제가 많이 배우겠다는 태도로 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교류한 동료 출연진으로는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배우 이이경 씨를 언급했다. 구승준을 연기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넘버로는 원작 드라마의 OST이기도 했던 '둘만의 세상으로 가'를 꼽았다.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얻게 된 건 연기의 즐거움이다. 한승윤 씨는 무대 위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대사를 외우는 순간을 "신선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좀 창피하면서도 짜릿함이 있었다"라며 "뮤지컬이 제게 연기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굉장히 기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뮤지컬 막공이다. 한승윤 씨는 "두 달이 넘는 연습 기간을 거치고 석 달 정도 공연했다. 생각해보니 거의 반년을 같이 지냈더라. 너무 많이 정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한 작품을 위해 치열하게 임한다는 게 얼마나 재밌는 건지도 느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당분간은 올해까지 잡혀있는 공연, 앨범 작업 및 오디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라는 한승윤 씨. 내년에 11년차에 접어드는 그는 "스무살에 가수 데뷔하고 서른살에 뮤지컬 데뷔를 했다. 11년차에는 다시 데뷔한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